대우조선해양 시운전팀 여성 현장기사 남화정씨

“현장이 나의 체질입니다. 꼭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여겨지는 조선소. 그것도 선박을 시운전하는 분야에 현장기사로 ‘기’를 쓰고 들어가 맹활약중인 당찬 여성. 김화정씨(24)

시운전팀에 근무하는 그녀는 올해 초 대우조선의 여사원 직무확대 방침에 따라 채용됐다.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 입사자들이 영업이나 설계, 관리부서에 주로 배치되는 것과는 달리 현장 부서인 시운전팀을 선택했다.

현장부서는 “여자가 현장에서 일하기는 힘들고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려 팀내 지원파트에 근무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면으로 거부했다. “힘들고 위험한 것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 그녀는 배의 갑판과 화물수송의 각종 기기 시운전을 담당하는 ‘선장시운전 파트’ 현장기사로 배치됐다.

깊이 30-40m나 되는 화물창이나 배의 밑바닥을 수시로 오르내려야 하고 각종 윈치나 크레인, 화물이송 펌프 등과 같은 갑판 기계들의 점검에서부터 시운전, 가동, 선주 입회 검사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배 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매일 현장에 나갈 때마다 긴 생머리를 안전모 안으로 말아 넣고 굵은 안전벨트와 안전화를 스스럼없이 신는 그녀에게서 불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 현장에 나가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녀다. 이같은 열정으로 입사 10개월째를 맞는 화정씨는 입사 후 여자에 대한 편견을 모두 바꿔가고 있다. 힘들어 할 것이란 주위의 걱정을 날려버린 것은 오래고, 현장에서 갑작스런 일이 터지면 직접 뛰어들어 현장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번은 갑판 윈치의 유압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점심도 거르며 기름을 닦아내고 응급복구에 나서 “저런 것까지”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탁월한 영어 회화실력도 갖춰 문제가 생기면 외국인 선주들과 현장에서 즉석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도 그녀만의 강점.

그녀의 이같은 책임감과 열정적인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가 더해지면 선주의 신뢰가 쌓이는 것은 당연지사. 이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도 그녀가 협상에 나서면 선주가 신뢰를 보낼 정도라고.

입사 뒤 처음 담당했던 독일 HTG사의 11만5천톤급 아이스 클래스급 유조선을 인도할 땐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주 감사패가 주어졌다.

일도 잘 모르는데다 실수도 많았고 인도하는 날 아침까지 말썽을 일으켜 더 애착이 갔던 첫 담당 호선이 선주에게 인도돼 유유히 회사를 떠날 때 그녀는 소리내 울기도 했다고 한다.

화정씨의 동료 반장은 “처음 여기사가 온다는 말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팀내 분위기만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화정씨가 온 뒤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면서 “옆 파트에서도 여자기사를 받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며 그녀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부산이 고향이면서 올해 부산 해양대 해사정책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대양을 항해하는 마도로스가 꿈이었지만 내가 만든 배가 대양을 누비게 하는 것도 멋진 일”이라며 아주 만족해하고 있다.

화정씨는 “회사에 여자 현장기사가 처음이라 부담도 되지만 내가 잘해야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온다는 생각에 마음을 느슨하게 할 수 없다”며 안전화 끈을 고쳐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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