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천창수 송진교회 목사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가족으로 부르셨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여러분은 외국 사람이나 나그네가 아니요, 성도와 같은 시민이요, 하나님의 가족입니다.”(엡2:19, 표준새번역).

교회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라는 말이다.

우리의 믿음의 선배들은 교회가 하나님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1890년대 후반에 강화도 홍의마을에 복음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였는데, 이 때 처음 믿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면서 이름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

“우리가 예수 믿고 교인이 된 것은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 주듯 거듭난 우리가 새 이름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믿고 새롭게 이름을 바꾸게 되었는데, 이때 강화 홍의마을의 교인들은 ‘모세’나 ‘요한’ ‘에스더’ 같은 성경 이름을 따르지 않고, 한국의 전통 작명법을 따라 돌림자 전통으로 개명하였다.

“우리가 비록 집안은 다르지만 한날 한시에 세례를 받아 한 형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에서 처음 믿었으니 모두 ‘한 일’(一)자를 돌림자로 하여 이름을 바꾸자.”

그래서 성(姓)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바꿀 수 없고, 마지막 자는 한 ‘일’자로 통일하기로 했으니, 가운데 자만 정하면 되었다.

이들은 믿을 ‘신’, 사랑 ‘애’, 능력 ‘능’, 은혜 ‘은’, 충성 ‘충’ 등의 글자들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함께 기도한 후에 한 사람씩 그 쪽지를 꺼냈다. 그래서 ‘능’자가 뽑히면 ‘능일’이 되고, ‘신’자가 뽑히면 ‘신일’, ‘순’자가 뽑히면 ‘순일’….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처음 믿은 홍의 마을 교인들은 모두 이름을 바꾸었고, 족보에도 새 이름으로 올렸다. 이렇게 이름을 바꾸다 보니 복잡한 문제가 생겼는데, 같은 집안의 아버지와 아들, 삼촌과 조카가 같은 날 세례를 받은 것이다.

이 때도 예외는 없었다. 같은 날 세례를 받으면 아버지와 아들도 같은 돌림자로 이름을 바꾸었다.
전통적으로 돌림자는 친족간의 촌수와 항렬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는데, 교회 안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돌림자 이름을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그 질서가 깨지는 경우도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도 교인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분명했다. “우리가 세속적으로는 부자간, 숙질간이라 할지라도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의 같은 자녀일뿐이다. 우리는 육적인 질서를 좇기보다는 영적 질서를 좇기로 했다” 이런 강화 교인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교인들을 ‘검정 개’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검다’라는 표현은 실용성을 중시한 교인들이 흰옷을 벗고 검게 물들인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고, ‘개’라는 표현은 항렬을 무시하고 같은 돌림자를 쓰는 ‘무례’와 ‘몰상식’ 때문에 붙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 복음이 전해졌을 때의 우리의 선배들은 ‘검정 개’라는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와 한 가족임을 분명하게 했던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가족으로 불러 주셨다. 교회는 하나님의 가족이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기도하고, 서로 돕고 섬겨야 할 한 가족인 것이다 이 땅의 교회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복음이 전해졌을 때 우리의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그 신앙으로 하나 되어 모든 민족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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