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선 해경 … 매주 수요일 주민에 일본어 가르쳐

“거제·제주 섬사람 돈독한 정 나누고 싶어 시작했죠”

제주도 비바리(처녀)가 거제에서 일본어 선생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제주도 비바리(처녀)가 거제에서 일본어 선생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장승장승포 지역 주민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홍 선생님. 그녀의 진짜 직업은 새내기 해양경찰.

홍지선(31) 순경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사무실인 통영해양경찰서 장승포파출소 대신 마전동 주민자치센터를 찾는다. 이날은 경찰이 아닌 일본어 선생님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4년 동안 지내기도 했던 그녀는 올해 6월30일 일본어 특채로 해경이 된 뒤 7월6일 통영해경 장승포파출소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 홍지선씨
그녀의 업무는 선박 임장임검, 단속활동, 범법자 검거, 민원처리. 경찰에 관한 지식도, 해양에 관한 지식도 턱없이 부족했던 그녀. 모든 것이 어려웠지만 경상도 사투리에 적응하기까지가 가장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어를 가르치고 주민들을 자주 만나면서 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경상도 사투리가 나올 정도가 됐지만 여전히 업무를 하면서는 좌충우돌하고 있다.

일본어를 전공한 홍 순경의 꿈은 일본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거제도로 발령받은 후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장어전골 맛에 반해버렸다.

이 때문에 거제도에 상당히 정이 갔고 이제는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을 정도라는 그녀.
홍 순경은 “거제도 사람들과 돈독한 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이왕이면 어릴 적 꿈인 일본어 선생님이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주민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고 일본어 동아리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민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신청자가 적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접수받아 지금은 14명의 수강생에게 일본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홍 순경의 학생들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고, 대우조선해양 직원, 회사원,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는 유경험자들로 ‘일본어 노래를 배우고 싶다’ ‘나중에 다같이 일본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일본의 음식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등 요구사항이 많다고 그녀는 귀띔했다.

홍 순경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일본어 배우기를 꺼리는 것이 안타까워 일본어가 다른 외국어에 비해 배우기 쉽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일본어를 통한 해양경찰과 지역민과의 교류로 국민과 함께 하는 해양경찰로 거듭남은 물론 거제·제주 섬사람들의 돈독한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거제도에서 20만 거제시민을 상대로 일본어를 가르치며 그녀의 못 다한 꿈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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