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모르겠소 테스형' 작년 추석날 KBS2에서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노래다. 테스형은 소크라테스(Socrates BC469-399)로, 벗겨진 이마, 불거진 배, 뭉툭한 코, 거기에 오리걸음까지 추남의 대명사다. 못생긴 거야 타고난 것이라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결혼해 얻은 아내가 악처의 대명사 크산티페였다.소크라테스는 땡전 한 푼 벌어오지 못하는 주제에 집안일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거리에 나가 젊은이
강아지가 길가에 똥을 누었다. 참새가 지나가면서 더럽다고 구박한다. '나 같이 더러운 똥이 세상에 왜 있냐?'라는 생각이 들자 삶에 희망이 없어진다. 절망 속에 빠진 강아지똥을 포근히 감싸준 것은 민들레였다. 민들레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임을 알고 기뻐한다. 1969년에 쓴 권정생 작가의 동화 '강아지똥'의 줄거리다.중국 사천요리 중에 '모기눈알(蚊目)스프'가 있다. 알고 보면 이건 박쥐똥이다. 동굴에 사는 박쥐가 모기를 잡아먹고 싼 똥에서 소화되지 않은 눈알만 모은
민속문화학자 주강현 선생이 '도깨비굿'이라는 진도 고유의 풍습을 채집했다. 아무리 기우제를 드려도 불볕 가뭄이 꿈쩍도 안하고, 거기에 역병마저 번지면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그런데도 해결이 안 되면 드디어 여자들의 반란이 일어난다. 월경이 묻은 속옷을 장대에 걸고 쇳소리가 날 수 있는 모든 물건들, 이를 테면 양푼이나 놋대야·꽹과리 등을 두들기면서 동네를 돈다. 이때 남정네들은 방안에서 나오지 못한다. 역질을 몰고 온 귀신도 여성의 은밀한 그것들이 백주 대낮에 내걸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이 물러날 것이
경상도 방귀쟁이와 전라도 방귀쟁이 중에 누구 방귀가 더 센지 시합이 벌어졌다. 경상도 방귀쟁이가 방귀를 뿡 하고 뀌자 절구통이 전라도 쪽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는 전라도 방귀쟁이가 뿡 하고 뀌자 절구통이 다시 경상도 쪽으로 날아왔다.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동시에 같이 뀌자 절구통이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달에 가서 쿵하고 박혀버렸다. 그때부터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게 됐다.이런 방귀를 소재로 한 민담이 우리나라 구비문학을 총 집대성한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10편 넘게 실려 있다. 방귀는 누구나
조선시대의 황희(黃喜) 정승과 소 이야기는 유명하다. 젊은 날 길을 가다 소 두 마리로 쟁기질하고 있는 농부를 봤다. 황희는 나무그늘에서 쉬면서 농부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어르신, 그 두 마리 중에 어떤 놈이 일을 더 잘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소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와 황희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누렁이는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데 검정 소는 힘은 좋으나 꾀를 부리고 게으릅니다."황희는 어이가 없어 다시 묻는다.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거기서 말씀하시면 될 것을 여기까지 오셔서 그것도 귀에 대고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농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왕이 되기 전에 삼형제와 왕위를 놓고 투쟁을 벌였다. 누구든 신비한 이적을 보여야만 왕이 될 수 있었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神) 포세이돈에게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포세이돈은 바다의 하얀 물거품으로 흰 황소를 만들어 미노스에게 보냈다. 소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노스를 왕으로 인정했다. 미노스가 왕이 되면 그 흰소를 포세이돈을 위한 제사의 번제물로 드리기로 약속했으나 그 흰소가 너무 잘 생기고 아까워 다른 소를 대신해서 바쳤다. 이를 안 포
부엌은 어떤 곳인가? 철저한 남성금지구역이다. 어렸을 때 목이 말라 물 마시려고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엄마가 보면 이유도 묻지 않고 머슴아가 부엌에 드나든다고 대뜸 나무라기부터 먼저 했다. 그런 탓에 부엌에 갈 일이 있어도 눈치가 보였다.여자들만의 공간, 그게 부엌이다. 밥하고 불 때는 일이야 기본이고, 부엌에서 목욕도 하고, 밥도 먹었고, 시집살이의 설움을 달랬다. 친정 엄마가 보고 싶어 꺼억꺼억 눈물 흘리며 울던 곳이다. 시집 온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들락거려야 하는 근무처가 부엌이었다.여자들만의 공간이다 보니 거기서 무슨 일
부엌에서 조리와 난방을 하려면 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류가 집이라는 구조를 가지면서 가장 신성시하게 여긴 것이 불이고, 불을 모시는 신앙에서 조왕신이 생겼다. 대개 물을 담은 종지를 부뚜막 안쪽에 모시는데 이를 '조왕보시기' 또는 '조왕중발'이라 한다. 주부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와 조왕중발의 물을 새물로 갈아줌으로서 부엌일이 시작된다. 부엌은 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불을 때기 전에 물부터 먼저 준비해야 된다는 지혜의 가르침이었다.조왕은 여신(女神)이다. 그래서
한 젊은이가 있었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세번 떨어졌고, 대학교 입시도 두번 떨어진 뒤 세번째 항저우사범학교 영문과에 정원미달이 생겨 겨우 들어갔다. 대학졸업 후 취업을 하려고 시험을 치거나 서류를 낸 것이 무려 서른번이었지만 모두 다 떨어졌다. 다행이 영어를 잘한 탓에 취직도 안 되고 하니 하버드대나 가려고 원서를 냈지만 열번이나 거절당했다. '낙방'은 젊은 날의 요약된 인생이었다.집도 가난했다. 할아버지가 국민당 시절 반혁명분자로 몰려 몰락한 집안이었고, 부모는 민속음악 배우로 활동했지만 1966년 문화대혁명 때 공
지난 월요일 밤12시, 영화전문 채널에서 '데스위시'를 방영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지만 아주 인상 깊게 본 영화라 다시 봤다.주인공 폴이 집을 비운 사이 흉악범이 침범해 아내와 딸을 죽인다. 그러나 경찰과 법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자 평범한 시민이었던 폴은 스스로 도시의 악과 맞서 싸운다. 흉악범들을 하나씩 처치해 나간다. 법을 무시한 그의 행동에 골머리를 앓던 경찰은 폴을 뉴욕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추방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이 영화로 주인공 찰스 브론슨은
1920년부터 1933년까지 13년간 미국에서는 술이 금지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술을 금지한 유일한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사회적 문제해결을 내세웠지만, 내면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의 주류제조업을 장악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금주법은 미국여성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1920년 이전 미국선거는 개인별 투표권이 아니라 가구당 투표권을 주었기 때문에 선거에는 대부분 가장인 남자들만 참여했다. 여성운동가들이 줄기차게 평등권을 주장하여 1920년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
공자의 제자 가운데 안회(顏回)와 자로(子路)는 확연한 성격 차이로 자주 대비되는 인물이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던 수제자였다. 그는 가난 속에서 요절했지만 학식과 인격이 매우 신중한 사람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범생과도 같았다.이에 비해 자로는, 본래 건달출신으로 용맹하나 앞뒤를 살피지 않고 덤벙대기 일쑤였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누구든 스승인 공자를 비난하면 앞장 서 혼내주었다. 굽힐 줄 모르는 성격 탓에 위나라 관리가 되었다가 주군을 구하려다 살해당해 유해는 발효되어 젓갈(醢 해)로 담가지는 수모를 당했다. 요즘으로 치면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술잔을 건네며 "누님, 오늘 따라 예쁘십니다" 하고 능글거리면, 여자가 "어디서 허튼 수작질이야" 하고 눈을 흘긴다. 어떻게 해 보겠다고 속에 없는 말로 꼬시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뜻이다. '개수작'이라는 더 심한 소리를 듣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다.이럴 때 '수작'이라는 단어는 억울하다.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꾀하거나, 엉큼한 속셈을 갖고 하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기 때문이다. 말은 들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수작'이라는 말은 결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약4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다. 특히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을 4대 비극이라 하는데 이중 '리어왕'은 비극 중의 비극으로 평가 받고 있다.브리튼의 왕 리어가 늙어 왕위를 넘겨주려고 세 딸을 불렀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영토를 나누어 주겠다." 그러자 첫째 딸이 "저는 세상의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합니다."둘째 딸은
본래부터 마주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우리 민족이다. 만일 상대를 빤히 쳐다본다면 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거나, 아니면 무슨 유감이 있어 그런다고 시비가 일게 뻔하다. 네 사람이 앉아 먹을 수 있는 식탁에 누가 먼저 와서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 앞자리에 가서 식사를 하는 일이란 거의 없다. 남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기차를 타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니라면 의자를 돌려 마주보고 앉는 일이 없다. 그래서 기차의 의자는 애당초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게 한 방향으로 놓아두고 있다. 말을 할 때는 상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가 독립을 외치며 폭동을 일으킨다.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1898년 군함 메인호를 급파하면서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군함이 격침되면서 많은 해군장병을 잃었다.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은 해군지원을 꺼렸다. 해군당국은 골머리를 앓다가 급기야는 사망자에 대한 통계를 발표한다. 미국 해군의 사망률은 1000명당 9명이지만, 뉴욕시민의 사망률은 1000명당 16명이다. 따라서 해군에 입대하는 것이 뉴욕에 있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통계가 놓친 것이 있다. 해군은 혈기왕성한 젊은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해 여러 마리를 길렀다. 그러나 저공의 살림이 어려워지자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했다."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말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이 좋아 춤을 추며 기뻐했다.'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열자는 덧붙여 말했다. "성인은 지혜로써 어리석은 군중들을 속이는데, 저공 역시 지혜로
1815년 나폴레옹과 워털루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하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파티 중에 소동이 일어났다. 탁자 위에 둔 웰링턴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웰링턴의 부하들이 참석한 사람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부사관이 큰소리로 화를 내며 이건 인격모독이라며 자신은 절대 검사받을 수 없다고 버텼다. 파티 주인인 웰링턴은 입장이 난처해지자 그냥 없던 일로 하자며 넘어갔다. 사람들은 주머니가 불룩해 보이는 부사관이 범인일 것이라고 수군거렸다.해가 바꼈다. 파티가
고등학교 때 등교시간이 되면 제일 두려운 게 교문 앞에 서 있는 규율부 형님들이다. 눈에 걸리는 후배를 불러 세워놓고 모자부터 운동화까지 스캔하고는 규정에 벗어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빌미로 엎드려뻗쳐를 당하거나, 교문 옆에 세워 놓고 망신을 준다. 대개의 규율 부원들은 몸집이 좋고 싸움도 잘하는 소위 주먹들이다. 그러니 교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무 잘못도 없으면서 심장은 뛰고 숨은 멈출 것 같고 규율부 형님이 '너, 이리와' 하고 부르면 다리가 후들거렸다.선도부들은 노란 바탕에 고딕의 검은 글씨체로 '규율
제나라 경공(景公)이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왕을 맞이하기 위해 양구거라는 신하가 달려왔다. 경공은 기뻐하며 옆에 있는 재상 안영에게 "나하고는 장단이 잘 맞는 건 양구거 뿐이야"라고 했다. 그때 안영은 "아닙니다. 저 사람은 전하와 장단을 맞추는 것(和)이 아니라 전하의 단순한 동조자(同)일 뿐입니다.""장단을 맞추는 것하고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대답했다. "장단을 맞춘다는 것은 조화를 뜻합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초·장·소금을 넣어 음식의 부족한 맛을 보충하고 지나친 맛은 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