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권'의 본뜻은 '돗자리를 말다'인데, '마치 돗자리를 말 듯이 어떤 분야나 영역에서 굉장한 기세로 휩쓸어 남김없이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 '위표팽월열전'에 처음 나온다. 이 두 사람은 어쩌다 기회를 얻어 왕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권력의 욕심 때문에 허무한 말로를 맞이한 인물이다.위표(魏豹)는 항우가 초패왕이 되자 위왕으로 봉해졌는데, 유방이 진격해 오자 유방 편에 붙었다가, 유방이 수세에 몰리자 다시 항우 편에 붙는 등 권력의 편만 쫓다가 죽임을 당했고, 팽월(彭越)은 유방을 도와 해하전투에서
식당에 가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종업원이 "몇 분이세요?" 하고 묻는다. 대개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라 혼자 식당에 들어가 자리차지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지금이야 거의 들을 수 없는 인사말이 되었지만 누굴 만나면 대뜸 "식사하셨어요?" "진지 잡수셨습니까?" "밥 먹었나"하는 말이 일상의 인사로 여길 만큼 흔했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아무개야 밥 먹어라"하는 고함소리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래서 '먹다'라는 동사는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물도 마시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 고민이 생겼다. 아들이 학교 갈 나이가 다 됐는데도 고추가 작아서 걱정이었다. 엄마는 용기를 내어 아들을 데리고 병원엘 갔다. 엄마의 얘기를 들은 의사선생님은 아이의 바지 속을 보더니 "정말 걱정이 되겠지만 좋은 치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나나를 하루에 한 개씩, 오십 일만 먹이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엄마는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바나나를 샀다. 낱개로 세어 오십 개가 아니라 백 개를 샀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이렇게 많이 사. 내가 어찌 다 먹으라고?" "인마, 다 네 먹을 것 아니야. 반은 니가 먹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백성들은 왜적들을 피해 산속으로 피난을 떠났다. 살림세간을 이고지고 깊은 산속으로 가다가보니 더 이상 산이 막혀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착하게 된 곳이 '산막이마을'이다.세상과는 절연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차는커녕 소달구지도 다닐 수 없는 첩첩산중 외딴 곳이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는 충청도 내륙지방의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철도를 놓게 된다. 지금의 충북선이다. 이 선로가 산막이마을을 통과하도록 설계가 되었다. 마을 어른들은 철도가 들어오면 외지사람들이 들끓고 여
대원군 때 일이다. 한 선비가 벼슬이라도 한자리 얻을까 하고 대원군을 찾아왔다. 선비는 대뜸 대원군께 절을 올렸다. 그런데 대원군은 못 본 체했다. 선비는 대원군이 못 본줄 알고 다시 한 번 절을 했다. 그러자 대원군이 호통을 쳤다. "이놈, 내가 송장이냐? 절을 두 번하게." "처음 드리는 절은 찾아뵈었기에 드리는 절이옵고, 두 번째 드리는 절은 그만 가보겠다는 절이옵니다."선비의 재치에 대원군은 껄껄 웃으면서 기개가 대단하다며 벼슬자리 하나를 봐 주었다. 절은 두 번해서도 안 되고, 누워있는 사람에게 해서도 안 된다. 절의 예법
어느 군부대의 저녁식사 때였다. 그날 특식으로 돈가스가 나왔다. 그런데 1인당 1개가 아니라 2개씩이었다. 대신에 소스가 없었다. 부식담당 병사의 실수로 돈가스 한 상자와 소스 한 상자를 가져온다는 게 돈가스만 두 상자 가져온 것이다. 병사들의 불만불평이 쏟아졌다. "소스도 없이 어떻게 2개를 먹어?" 그때 옆에 섰던 선임병이 말했다. "다들 불평 그만하자. 어느 부대에서는 지금쯤 돈가스 없이 소스만 2인분을 먹고 있다고 생각해봐. 우린 다행인거야."불만(不滿)은 만족스럽지 않아 느끼는 감정으로 불평의 앞 단계다. 불평(不平)은 못
바람둥이 제우스신이 세상의 여자중에 이미 결혼한 알크메네에게 눈독을 들였다. 마침 그의 남편이 전장에 나간 틈을 타서 동침해 얻은 아들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다.제우스의 씨를 받아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자가 신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헤라의 젖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남편이 외도해 낳은 아이에게 젖을 줄리 만무했다. 그때 헤르메스신이 길에서 주운 아이라 하며 젖동냥을 부탁한다. 헤라는 젖을 주다 아기를 보는 순간 화들짝 놀라 어린 헤라클레스를 가슴에서 밀쳐버린다. 그때 빨던 젖줄기가 하늘로 솟구쳐 만든 '
마녀사냥이라고 하면 민중들이 흥분한 상태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마구잡이로 몰아가는 미친(狂氣) 사회에서나 있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과학문명이 시작되고 이성중심의 계몽주의사상이 싹트기 시작하는 16~17세기의 전근대적 현상이다.약 200년간에 걸친 십자군전쟁의 실패로 서유럽사회는 혼란과 불만에 빠졌다. 가톨릭 교황의 권위는 약화되고, 왕권에 대한 불만, 기사계급의 몰락과 무역확장에 따른 상업의 발달로 중세는 해체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
'두 개의 복숭아(二桃)로 세 명의 용사(三士)를 죽인다(殺)'는 뜻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晏嬰)의 고사로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온다. 제나라 경공(景公)의 휘하에 전개강·공손첩·고야자라는 삼걸(三傑)이 있었다. 이들은 뛰어난 무용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지만 안영이 보기에는 이들이 장차 나라의 큰 화근이 될 위험한 인물들이었다. 왕에게 이들을 일찍 제거해야 한다고 간했으나 왕은 우유부단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마침 노나라 소공(昭公)이 제나라를 방문했다. 경공이 복
미국 1달러 화폐의 초상화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고향인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을 찾았다. 고향에는 홀로된 어머니가 계셨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의 길이었다. 대통령이 된 아들이 오자 어머니 메어리 볼은 집안청소를 하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바빴다.워싱턴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아들이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편히 쉬십시오. 모든 일은 하인들에게 시키시면 됩니다." 그러자 워싱턴의 어머니가 "아들아, 네가 대통령이 되고 내가 편히 쉬는 것보다, 네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내가 일하는 것이
유람선이 한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좌초되었다. 잠시 후 구조헬기가 와서 사다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 사다리는 딱 열 명의 무게만 견딜 수 있는데 하필 여자 1명과 남자 10명이 사다리에 매달렸다. 기장이 소리쳤다. "제발 한 명은 줄을 놓으세요, 안 그러면 모두 다 죽습니다. 한 사람만 희생하면 열 명이 살 수 있습니다."그때 여자가 말했다. "나는 평생을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살았는데 한 번 더 희생 못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제가 놓겠습니다." 그 말에 남자들이 좋아라 박수를 쳤다. 그러자 여자만 남고 남자들은 모두 바다에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연합국의 전쟁이 일어났다. 당시 이스라엘 인구는 300만 정도인데 비해 이집트는 1억이 넘었고, 거기다가 시리아, 요르단과 연합군이 되었으니 누가 봐도 기우려진 운동장게임이었다. 그런데도 예상을 뒤엎고 이스라엘이 6일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이 전쟁을 두고 사람들은 '6일 전쟁'이라 부른다.미 육군 퇴역장군 마셜을 단장으로 승전요인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단이 꾸며졌다. 조사단이 현지를 방문하여 두 나라 군대를 관찰한 결과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집트군대는 연대장이 아침 9시 출동
일상용어 중 '개판'은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태를 이르는 대표적인 비속어다. 그러나 본래의 뜻은 다르다. 씨름경기에서 동시에 땅에 닿으면 심판이 경기를 다시 하라는 '개판(改-)'을 선언한데서 온 말이다. '개판 오분전'은 6.25전쟁 당시 부산에 피난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있었는데 배식시작 5분 전에 "개판 오분전(開飯 五分前)입니다"라고 외쳤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들었다. 지금은 모두 변질된 개판(犬-)이 되고 말았다.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리는 것을 두고
지난 13일 KBS 진품명품에 단원 김홍도의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가 소개됐다. '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을 그린 풍속화이다. 1953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해군이 가져갔다가 68년만인 지난해 돌아온 문화재로 보물급이라 전문 감정위원조차 값을 매기지 않을 정도로 귀한 작품이다.고려 광종 때부터 시행된 과거제도는 가문이나 인맥으로 권력을 독점하려는 귀족관료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허나 어떤 시험이든 공정성의 확보가 절대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항상 부정이 따른다는 것이 시험제도의 본질적인 문제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대성당에서 현직 영국총리의 결혼식이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왜냐하면, 존슨 총리는 1964년생이고 신부 시먼스는 1988년생으로 나이차가 무려 24살이다.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일로 치자. 존슨 총리의 이 결혼이 세 번째다. 뭐 그것도 놀랄 건 아니다. 세 번 정도의 결혼도 있지 않는가.그런데 총리가 애인 시먼즈와 총리관저에서 미혼상태로 동거를 했는데 우리 같으면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영국 국민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여겼다. 그뿐 아니라 존슨 총리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곡은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였다.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손에 손잡고'라는 후렴부분이 아직도 엊그제처럼 들린다.'손을 잡다'라는 말속에는 반가움이나 화해의 의미와 함께 같은 마음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손을 잡기 위해서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때 손을 내미는 '악수의 조건'은 첫째, 손바닥이 보여야 하고 둘째, 오른손이어야 한다. 나라마다 고유 예절과 인사법이 있지만 문화와 종교와 성별을 초월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문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 천상병의 시 '막걸리' 첫 부문.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천상병 시인은 친한 지인에게 세금(?)을 거둬 막걸리를 마셨다. 60~70년대에는 결혼한 사람에게는 1000원,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500원이던 것이, 80년대에는 친하고 덜 친하고에 따라 천원과 2천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돈을 적게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찝찝했다.어느 날 김인 바둑국수를 만났다. 천 시인이 손을 내밀며 "천원"하고 말했다.
2018년 정부는 '체고 40㎝ 이상의 모든 개는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소위 '개입마개법'을 내놨다. 그러자 반려동물단체들이 반발했다. '마치 덩치가 큰 사람은 모두 수갑을 채워야 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라며 청와대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입마개 반대운동본부가 결성되고 곳곳에서 반대집회가 열렸다. 결국 '모든 개'에서 맹견으로 기준을 바꾸었다.사람이 가족처럼 키우는 동물을 펫(pet)이라 한다. 전에는 애완동물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식구로 여겨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劉邦)은 진나라에 이어 천하를 두 번째로 통일한 인물이지만 젊어서는 바람기 많고 주색잡기에 능한 난봉꾼에 백수건달이었다. 서른 즈음 고향 패현에서 하급관리인 정장(亭長)이 되었다. 당시 지방유지로 상당한 권력자였던 여공(呂公)이 유방의 관상이 비범함을 보고 자기 딸 치(雉)와 혼인시켰다. 이때 이미 유방은 결혼하여 부인까지 있었다.동네 패거리 대장이 되어 싸움이나 일삼던 부랑아 유방이 황제의 자리를 꿰찰 때까지에는 여치의 내조가 컸다. 유방이 황제로 등극하자 여치는 첫 부인을 누르고 태후가 된다. 그게 바로 그
4.7보궐선거 후에 남은 기억이라고는 '생태탕'뿐이다. 2005년 오세훈 시장 일가의 내곡동 땅 측량 때 오 시장이 백바지에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생태탕을 먹으려 왔다는 식당주인과 그 아들의 목격담이 이슈가 되는 참 희한한 선거를 경험했다.'생태탕'은 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명태로 만든 탕을 말한다. 명태를 반쯤 말리면 '코다리', 완전히 말리면 '북어', 얼린 건 '동태', 얼리고 말린 것은 '황태'다. 황태를 만들다가 색이 검게 변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