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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의 달이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모로 누운 달에게“엄마”라고 불러봅니다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벽돌집 모퉁이가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3.10.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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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아, 그렇게도 빨리기억하는가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흙 가까이나는 몸을 굽힌다내 영혼은 더욱 가벼워져서몸을 거의 누르지도 않게 되리라.시월 홍해리가을 깊은 시월이면싸리꽃 꽃자리도자질자질 잦아든 때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팽팽한 긴장 속에끊어질 듯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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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10.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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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 들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 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 』泳好� 흠뻑 빠져 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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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10.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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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내부가 암흑이라고 믿는 사람은돌을 부딪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돌 속에 별이 갇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돌이 노래할 줄 모른다고 여기는 사람은저물녘 강의 물살이 부르는 돌들의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그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아직 모르는 사람이다돌이 차갑다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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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10.0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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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 〕だ�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 〕뺐�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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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10.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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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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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9.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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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 ““�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 ““�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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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9.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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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짙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직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은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램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은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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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9.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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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위해 조용하고도 뜨겁게 기도를 하나보다 오래 메마르던 시의 샘� ×윱쳄� 물이 고이는 걸 보면 누군가 나를 위해 먼 데서도 가까이 사랑의 기를 넣어 주나보다 힘들었던 사람에게도 먼저 미소 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으로 내가 달라지는 걸 내가 느끼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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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8.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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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두렁에 호박잎 축 늘어져 있는데 사철 맨발인 아내가 발바닥 움츠려 가며 김장밭을 맨다. 느티나무 가지에 앉아 애가 타서 울어대는 청개구리 강물에 담긴 산에서 시원스럽게 우는 참매미 구경하던 파아란 하늘도 하얀 구름도 강물 속에 들어� 〕た�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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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8.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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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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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8.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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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은 덥다고 물로물로 가는데땅은 꼭 해야만 할 일이 많거든요 겨울 내내 참고 얼지 않게 붙든 뿌리랑봄이 오자 사람들이 뿌린 씨앗이랑봄의 땅이 애써 싹트게 한 식물이꽃을 피우고 열매를 자라게 해야 하거든요 좀더 멋있고 튼실하게 키워서가을에 오는 햇빛이 쏘옥 단물들게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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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7.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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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갈매기 오라 손짓하는 바다로 가자.푸른 물결 속에 첨벙 뛰어들어물고기처럼 헤엄치다, 지치면 모래밭에 나와 앉아쟁글쟁글 햇볕에 모래성을 쌓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바다로 가자. 한창 더위로 꼼짝 못하는여름 한철은 바다에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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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7.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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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 오순택 소나기가 작은 북을 두드리듯연잎을 밟고 지나가면매미는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연주를 한다.호박 덩굴이 살금살금 기어가는울타리 너머로쏘옥 고개 내민 해바라기 얼굴이햇볕에 누렇게 익은 아빠 얼굴 같다.아까부터 장독대 곁 꽃밭에선봉숭아씨가 토록토록 여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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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7.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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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랗게 떨어지는 꽃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시기며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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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7.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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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박예분 너무 슬퍼하지마!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렴, 뒷목 따갑게햇살 내리쬐는 여름날누군가 네 그늘에 앉아한숨 쉬어간 적 없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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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7.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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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태양의 이글거리는 빛에 숨죽어 살던 삼라만상의 존재들 한 번 눈물 흘림으로 그칠 줄 모르는 장마가 찾아 와 또 다른 숨을 죽여가며 산다. 가뭄과 장마, 한발과 수해 극과 극의 조화 속에 숨죽이며 장마를 맞는다. 기다림의 긴 시간 또 다른 생명들이 홍수로 휩쓸려 떠내려간다. 어찌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대항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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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6.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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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이 고갯마루� 『만㎢事� 뜨면 정다운 사람이 함께 그리워질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헤어져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이 그리워질 것이다 오늘 밤 이 고갯마루� 〉欄� 달이 뜨면 잊혀져서는 정말로 안 될 행복한 사람이 함께 밝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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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3.05.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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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피어 오릅니다봉오리마다 새털처럼 하늘거리는수줍음 조석으로 꽃길을 따라 오가며잠들었던 동면(冬眠)의 종(鐘)소리를흔들어 깨웁니다 고개 넘고또 너머까지 다다를지 모르는불민(不敏)한 불안내쳐 되돌아오는 화신(花信)다감한 봄 마음이 너그럽다다정한 봄 웃음이 새초롭다 서편 능선에 곱게 흐르는연분홍꽃노을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3.04.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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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혀야만 이뤄지는 소원 이 땅에서 저 땅으로 가진 것 모두 업어 건네주는 아량 나의 아픔은 낮추고 비움으로 치유되고 너의 꿈은 흐르는 물 위에서 살아 오른다 나무들은 나무들로 흙은 흙으로 살아나는 길목 낯가림 없이 속살 풀어 보이며 가만 가만 이어주는 가고(架橋) 대지(大地) 위 말 못하는 어진 순교자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3.04.10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