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사건 이후 잠들지 않는 안전의 파수꾼 소방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음지에서 묵묵히 고생해온 이들의 어깨가 축 늘어진 모습에 나 자신도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34년간 화재 현장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방염복을 입고 소방호스를 잡은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밝힌 주태돈(58) 거제소방서장은 지금의 아픔과 시련도 다 지나간다며 칭찬과 대가를 바라고 해온 일이 아니었음을 상기시켜 줄 뿐이라고 전했다.언제 발생할지 모를 화재와 인명사고에 대비하며 입술을 깨물고 현장에 나가는
"그냥 달리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초등생이었어요. 또래 남자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나 지난해 3월 외간초에 부임한 이수호 선생님이 만든 육상부 선수로 발탁, 경남대회 첫 출전으로 1등을 차지한 후 육상의 꽃이라는 100m에 더욱 재미를 붙일 수 있었어요." 대한민국 단거리 육상의 기대주 전지유(13) 외간초등학교 선수의 달리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데뷔 첫 대회를 휩쓸고 단박에 초등 최고의 스프린트로 두각을 나타낸 전지유 선수가 나오기까지에는 이수호 선생의 특별한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이 선
자고 나면 바뀐다는 요지경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지만 옛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세대가 바뀌어도 생각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사라져 가는 거제 전래민요와 놀이를 지키고 보존할 목적으로 정신적 물질적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거제시 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61) 회장을 만나기 위해 연초면 아우름센터 연습장을 찾았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거제 소리 찾기 공연을 앞두고 회원들과 합을 맞추느라 몸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힘든 내색 없이 연습을 마치고 나온 김 회장의 얼굴엔 미소가 베여 있다.전북 정읍에서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이자 창원대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호영 총장은 거제가 낳은 대한민국 교육계 거두(巨頭)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전국 41개 국·공립대학교 총장의 협의기구 수장·창원대 수장인 그는 고향 거제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한결같다.1969년 개교 이후 8만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창원대는 경남의 중심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인재양성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와 인(in) 서울 대학 중심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이는 창원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일
"지난 2014년 거제에 휴양차 왔다가 자석에 쇠붙이가 끌리듯이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에 홀려 나도 해야겠다고 결심, 시청 수산과를 찾아가 해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때 시청 공무원이 거제시나잠협회 회장에게 연락해서 만나게 해줬고, 회장을 만나 떼쓰듯이 해녀가 되고싶으니 물질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러나 회장은 단박에 거절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문전박대 했다고 지난 일을 회상한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대표.문전박대 당한 후 일주일에 사나흘을 찾아가 허드렛일을 하며 정성을 보였다. 6개월이 지난 어느
과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것 같아도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천연 감기약'으로 유명한 유자의 원산지가 거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96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했던 거제유자는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을 견디지 못해 재배농가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고흥유자'로 닉네임을 내어주고 클러스터 사업으로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그러나 코로나 이후 유자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옛 영광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거제농산물수출영농조합법인 남기봉 대표는 유자를
"17세 꽃다운 나이에 처음 경험한 바다는 엄마의 품속 같은 평안 그 자체였습니다. 같이 물질을 배운 언니는 바다가 무섭고 두렵다고 했지만 저는 깊은 바닷속이 주는 고요한 울림과 광활함이 너무 좋았습니다."제주에서 2대째 해녀의 삶을 살아온 집안 2남6녀 둘째 딸로 태어나 여섯살 때 거제에 정착한 후 어머니한테 배운 물질이 천직이 됐다는 이둘순(60)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 거제분회장.40년 동안 수산업이 천직이라 여기고 바다와 함께한 이 회장은 바다를 떠난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등학교 졸
"지금도 눈을 감으면 구조라해수욕장의 은빛모래 백사장과 바다를 가르며 윤돌섬까지 헤엄쳐 오가든 어린시절 생각이 납니다. 또 제기차기·깔대치기 하며 놀던 고향 동무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는지 그립습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약물바우·악새바꾸라·야망자갈·치게이메똥·산꼬미 더덕꿈터·큰네그레·출랑 등 마을 지명들을 그리며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 할 고향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재부 거제향인회 제20대 박용택 회장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애향이 됐고, 애향이 모여 애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위기 상황에
지난 8월 뜨거운 여름 햇살보다 더 강렬했던 대우조선 하청지회 노동자 파업이 전국 핫 이슈로 언론을 도배했던 시기에 자청해서 거제경찰서로 부임한 정병원(51) 서장은 '다함께 만드는 안전한 거제'를 만들어 나가는 지휘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정병원 서장은 "경찰 400명이 24만 거제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경찰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경찰서장이라는 생각으로 소통할 때 안전한 거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즉 지역 자율방범대는 물론이고 모범 운전자회·녹색어머니회 등 민간 자치조직과 함께 경
# 100세 시대, 나이는 숫자에 불과황금색 들판이 눈부신 거제면 시골길을 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는 인생이었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생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현재 어떻게 살아야 잘산 인생인지 화두가 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나이 60에 중등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6년만에 대학교 과정을 마친 정종원(66)씨야 말로 진정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내세울 것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며 극구 마다했지만 설득해서 만난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주소를 두고 하루만 살아도 거제사람입니다. 거제사람이라면 거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역사와 문화 등 기본은 가르쳐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지난 1일 거제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취임한 김재훈(58) 교육장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혼연일체가 될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는 "교육정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21세기가 요구하는 미래 핵심역량 중심 교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또 교사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두 번씩이나 건져낸 거제는 겹겹이 쌓아온 공덕(功德)으로 두 분의 대통령이 나왔고 그 외 수많은 정관계 지도자를 배출했다.그러나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세워나갈 교육계 리더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윤성이 동국대 총장이 지도자 부재로 혼란에 빠진 교육계를 바로 세울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거제 고현 출신으로 해성고 졸업 이후 동국대학교 농업경제학과에 입학할 때까지는 시골서 서울로 온 평범한 촌놈에 불과했다.그러나 인생 멘토인 이병동 교수를 만나 인성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제대로 익혀 일본 쯔쿠바
각박한 현실에서 자신의 것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돈 많은 부자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인식을 허무는 뜻깊은 자리가 지난 1일 거제중학교 체육관에서 있었다.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13년 동안 장학금을 기부한 25회 졸업생 임옥식 ㈜그린엔텍 대표이사를 만나러 온 필자는 두 번 놀랐다.첫 번째는 보통 이런 행사에 오는 학생들은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행동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너무나 질서정연 했고, 또 진심으로 선배가 베풀어준 호의에 예를 갖추는 모습이어서 신선
정보와 데이터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고 모든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해 새로운 세상을 재창조하는 현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초등학생도 개인 컴퓨터를 휴대하고 정보를 생성 공유하는 세상.정보통신기술의 변화에 둔감한 문과생으로 기계 전자 컴퓨터에 워낙 깡통이라 IT 분야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별개의 세상을 살아온 기자가 국내 최고 ICT 기업의 CEO를 인터뷰 한다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기자가 혼자 상상해온 이공계 컴퓨터 박사에 카이스트 MBA 과정을 거친 IT 기업의 대표는 날카로운 눈매와 웃음기 없는 얼굴을
"우리는 최저 비용으로 최고 의료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데 이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이 필요한 뇌출혈 환자가 전문의가 없어 수술을 제때 못해 사망한 사고는 현재 국내 의료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수술이라는 의료행위가 동반되는 산부인과·정형외과·흉부외과 등은 점차 도태되고 그 자리에 동물병원·한방병원·피부과·성형외과 등 소위 돈벌이가 되는 병원이 들어서고 있습니다.손앙현 대한의사협회 거제시회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의료비 수가 개선과 수술 전문인력 양
지난 2007년 8월24일 지방 은행 가운데 최대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은행이 거제에 자리매김한 지 16년이 흘렀다.당시 부산은행의 거제지역 진출은 거제지역의 핵심산업인 조선기자재부품산업 및 지역 우량기업의 발굴 및 금융지원에 가능성을 염두한 도전이었다.하지만 거제지역의 경기는 부산은행의 예상과 달리 점점 위축됐다. 2008년 이후 선박 수주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의 이탈 및 감소가 대두됐고, 최근에는 수주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도 배를 만들 생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이렇다 보니 부산은행은 거제의 오르막길보다는
"국내 어류 양식의 발원지가 거제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거제는 배를 만드는 조선업 말고도 세계가 인정하는 일류상품 넙치 인공 종묘를 처음 만들어낸 어류 양식의 메카이며, 육종 '킹넙치' 개발로 세계 수준의 양식 강국으로 도약시킨 자랑스러운 성지입니다."고향은 부산이지만 육종이라는 분야에 꽂혀 20년을 거제시 남부면 다포에서 살았기에 정감이 있는 거제가 이젠 더 고향 같다고 국립수산과학원 어류육종연구센터 이정호 센터장은 밝혔다.이 센터장은 "국내 어류양식의 시초가 거제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어류양식을 할 수 있는
지난 21일 1989년 7월21일 처음으로 신문 발행을 시작한 거제신문이 창간 33돌을 맞았다.우리나라 지역 주간지중 2번째로 만들어진 거제신문이 1479번의 신문을 찍어내는 동안 거제의 역사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의 바이라인(byline)이 지면을 스쳐 지났다.하지만 30년 넘게 오롯이 거제신문 지면을 채운 이름은 오직 한사람뿐이었다. 다음 호(1480호)면 '원고지로 보는 세상' 700회를 맞는 윤일광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1992년 '창호지문(窓戶紙門)'부터 30년시작은 지난 1992년 9월8일 '기성신문' 시절
"40년 동안 유람선 선장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거제명물 아저씨로 남을 웃기면서 산 인생도 나름 좋았습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살겠다는 생각으로 53세에 은퇴하고 시작한 것이 모형 배 만드는 일이었습니다."장승포 대우병원 정문 옆 '거제도 모형 배를 만든 이'로 유명한 구조라유람선 거북선호(주) 천해룡(66) 대표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배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자신의 이름을 딴 전시관을 만드는 일에 인생 후반을 걸었다고 밝혔다.그의 작업장에는 금방이라도 바다에 띄우면 움직일 것 같은 중세 유럽의 범선에서부터 타이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사에서 거제시민이 보여준 애국심과 동포애는 세계 어느 민족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이기에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지금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상선 5척중 1척이 거제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 거제시를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흥남철수작전의 산증인인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이인재 회장은 거제시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은혜의 고장이자 동시에 마음에 빚이 있는 애증의 도시라고 말했다.이 회장은 "2005년 (사)흥남철수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진 후 그동안 역사적 사실을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