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언덕에 올라에메랄드빛 바다에 뜬작은 섬들을 바라본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자락엔온갖 풍상을 겪은 소나무 숲이 해풍에 흔들리는데내 마음 어느덧그물에서 고기를 털어 내는 어부가 된다욕심을 털어 내고 삶의 찌꺼기조차 털어 내는선창의 바람이 시원하다 ·시 읽기: 《시집》에 발표한 시이다. 이 시는 거제도 관광 명소인 '바람의 언덕'에 대한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8.14 10:50
-
여름을 알더니숲꺼칠해졌다 신열 아직 남아 후회처럼 열꽃이 피고 저마다 갈무리한 몫으로부대끼며 서 있는 제자리에서 이제 다내려놓아야 한다파란 하늘 깊은 곳으로 팔 벌린 위초리가슴 여미고 종아리 내려치는눈보라 회초리예감한다 ·시 읽기: 시집 『중얼거리는 풍경』(2014)에 실린 시이다. '나이테의 계절'은 제목 그대로 나이테를 하나 더 생겨나게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7.31 13:20
-
시인관절수술 전문센터 원장 어머니는 언제나 파아란 하늘이기를 기도했다반쯤 썩은 능금 하나 움켜쥐고누이의 소매 깃만 따라다니는 나를엄청 깊은 눈자위로 올려다보신 어머니양지 바른 토담 벽에 새 순 자라는 초목과물구나무선 고드름 같은 영혼의 손가락을 겹쳐감당할 수 없는 소망 하나를손이 발되게 기도하신 것이다갈라진 땅바닥과 당신의 손등이하나의 은유가 될 때까지 후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7.24 13:42
-
김수영金洙暎 시인 사사師事(1964-68)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1969) 현대문학 초회/완료추천(1968/1970) 육신에 깃든허공 그림자 없는 세계 연(緣)이 오면 웃고연(緣)이 가면 우는기쁨과 슬픔의 골짜기 눈 감으면 어두워지는거울 속처럼무한히 깊고 투명한심연 번개이듯 찰나적으로나마거기 머물다 가는 것들까지모두 사랑하고 미워하다보이지 않는 손길 따라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7.17 14:03
-
부모란 이 세상에 끌려 나온끝없는 죄인인 걸너만 몰랐냐? 시 읽기: 《문장21》 19호(2012)에 실린 시이다. 3행으로 구성된 짧은 시이지만, 많은 울림을 준다. 시인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인 ‘사회적 자아(social self)’를 진술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이 ‘사회적 자아’란 상대의 거울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7.10 13:40
-
시인《문장21》시 등단 삼도내 둑에 앉아바람을 기다리는 너를 잡고새벽 강 건너는 취기를 달래는 밤유성우들은 그렇게 쏟아 내렸다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별이 되지 못한 영혼들의이름을 불러 준다댑싸리곰비늘도루박이술잔 가득 뭇 영혼들의 이름이 녹아 출렁인다. 시 읽기: 《문장21》 14호(2011)에 실린 시이다. ‘삼도내(三途川)’는 불교에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7.03 11:39
-
시인 《문장21》 시 등단 아침에 일어나너의 해맑은 눈을 대할 수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싱그러운 녹음을바라볼 수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맑은 정신으로 역사와 세계를다시 볼 수 있다면 그리고아침에 일어나구수한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 ·시 읽기: 이 시는 박홍영 시인이 점자로 펴낸 시집 『자화상』(2011)에 실려 있다.「얼마나 좋을까」라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6.26 09:19
-
시인 / 수필� 떴?�21》 시 등단 비가 내린다간간이 빗속으로 바람이 스친다비가 내려와빈 바닥에 누우면바람이 속삭인 자국이 남는다동그랗게동그랗게촉촉이 바닥을 채워 가는넉넉한 파문들의 찰랑거림바람이 비를 가장 어여쁘게 어루만졌던마음이다 ·시 읽기: 김영미 시인은 제주도 토박이다. 이 시는 처녀 시집 『달과 별이 섞어 놓은 시간』(2010)에 실린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6.19 17:20
-
시인 《문장21》 시 등단 게걸스럽게 관망하는 시인은동고비 울음소리 들리는산사에 앉아탁주 한잔 기울이고심드렁한 심기를 달랩니다 하얗게 눈이 쌓이는 날엔시린 등짝을 구들장에 두고계절마다 떠오른 시 한 수 받아 적습니다 언제쯤에나 떡갈나무 부스스한 떨림산고의 신음 소리 들릴까,문지방에 귀 기울이며 사는 날까지 반복되는 시인의 삶 ·시 읽기: 나광호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6.12 09:37
-
시인 《문장21》 시 등단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울지 않는다 아름다울 만큼 아름다웠고향기로울 만큼 향기로웠으니 시들어도서럽지 않다 버려진다 해도쓰레기통에 있다 해도후회는 없다 시들지 않는 꽃이어디 있으랴 때가 되면 누구나시듦이다 ·시 읽기: 한현심 시인의 처녀 시집 『꽃이 피는 세상은 아름답다』(2011)에 실린 시이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도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6.05 12:47
-
바람이 스친 자리마다풍경이 운다.아늑하다서역 멀리 닿는목어 소리푸른 눈빛으로 쓰다듬는먼 바다의 기별파랑이 인다.옷자락이 보인다. 길은 아직 멀다. ·시 읽기: 《문장21》 6호(2009)에 실린 시이다. 부제에서 밝힌 '용궁사'는 어디에 있을까? 전국 여러 곳에 용궁사가 존재하지만, 아마도 부산 기장읍 사랑리에 있는 '해동용궁사'인 듯하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5.29 11:08
-
윤일광-아동문학가/칼럼리스트-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문장21》편집고문/거제문화예술창작촌장 초가지붕 용마름 예쁜 입술 덧니로 쏘옥 솟은하얀 초승달 고운 얼굴 살짝 웃는영아의 덧니마냥 별이 보면 어쩌나 웃는 덧니를 아랫입술두둑이치켜세우면 밉지 않게 조금씩 가려지는 하얀 초승달 ·시 읽기: 계간《문장21》 10호(2010, 가을)에 실린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5.22 14:04
-
정석준 시조시인문화일보 신춘문예(시조) 당선. 시집 『깊은 환청』 등 《문장21》 편집위원 그를 차마 도둑이라 부를 수 없다 그는 주인 몰래 꽃을 옮겨 갔을 뿐이다 지독한 그의 사랑에 꽃은 활짝 피었을 것이다. ·시 읽기: 시집 『꽃 도둑』(2009)에 실린 시조이다. 예전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한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5.15 10:57
-
선 용 아동문학가/번역가 부산MBC 『어린이 문예』 주간 역임, 한국동요작사작곡가협회 회장 역임,《문장21》 편집고문 새파랗게 언 손이 안쓰러워 꼬옥 감싸 줍니다종일 썰매 타느라꽁꽁 언 고사리 손(중략)호호 입김으로도녹지 않는 손양지 바른 밭둑쥐불로도 풀리지 않는 추위를따스한 체온으로녹여 줍니다이번 겨울 들어 처음으로 아이 손을 잡아 봅니다. ●시 읽기: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4.28 11:38
-
강남주《시문학》 천료. 부경대학교 총장 역임,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역임 누님 사는 동네 복판으로 새 길 뻥 뚫렸다.호리 휜 매형 밭에 갈 때자전거 타고 갈 수 있다고머리 센 누님 기분 좋고 좋았다.까만 아스팔트 새 길 위로 총알택시까지 까불며 언제나 아무나 앞질러 달렸다.자전거 타고 밭에 가던매형의 즐거움도앞지르는 택시에 당하고 말았다.순식간에 숨이 멎은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4.23 10:23
-
시조시인 1975년 《시조문학》 등단. 진주문인협회장 역임. 시장길 모퉁이에 젊은 신기료장수 아내가 집 떠난 후 구겨진 모습이더니 어제는 그마저 떠나 가게 안이 비었습니다. 고단한 생을 누벼 망가진 신발들을 그 무슨 소명이듯 새신으로 꾸미더니 소박한 한 자락 꿈도 구름 속에 묻었습니다. 가난이 비수되어 난도질한 가슴앓이 구겨진 그 마음은 깁지 왜 못했나요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4.16 10:44
-
1976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장미원』 등, 《문장21》 편집주간 하늘 땅 그 사이 창을 닦고 내 가슴더운 설움이 소나기로 울고 난 뒤대숲머리 바람 소리가 연등처럼 흔들렸다. ●시 읽기: 그림시집 『그대에게 가는 연습』(2010)에 실린 시이다. 시 「구름 높게 흐르면」이라는 제목을 보면 가을 하늘이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 구분 없이 맑은 하늘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4.04 10:16
-
청옥빛 하늘이 하얀 꽃배를 저어솔바람도 숨죽여 열어 주는 수면 길부생육기(浮生六記)*에 사랑의 노래처럼연차 향 한잔에연꽃은 웅크린 마음을 활짝 연다.나는 연꽃 위에 앉아 우주에 맥박이 뛰는 그 소리 들으며 사바세계 만다라의 명상에 든다.새소리도 어우러져 하얗게 웃는 하늘물빛 그림자햇살이 먼저 마신 연꽃차엔 구름이 내려와 돌고갈증 난 입술을 대니 아침 예불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4.02 11:07
-
김현수=《문장21》 동시 등단동요 작곡가 왼발 먼저 그다음은 오른발왼발 내밀 때 오른 손을 내밀고오른발 내밀 때 왼손을 내밀고가슴을 펴고 힘차게 걸어 보자앞을 보고 씩씩하게 걸어가면꽃들이 웃는다 구름이 손뼉 친다. 오른발 떼고 이어서 왼발 떼고오른손 내밀고 이어서 왼손을왼발 오른손 그리고 오른발 왼손팔다리에 힘주어 혼자서 걸어 보자노래 부르며 힘차게 걸어가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3.26 11:01
-
전숙 시인《시와 사람 》시 등단, 《원탁시》 동인,《문장21》 책임편집위원 나이든 호미가 힘들어 보여 젊은 호미를 샀다. 김을 매는데, 젊은 호미는 다짜고짜 풀숲에 달려들더니 날카로운 손톱을 바짝 세우고 풀뿌리를 댕강댕강 막무가내로 끊어 버렸다. 날이 밝자 글쎄, 잘려진 뿌리에서 새움이 쏘옥 혓바닥을 내미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 쉬라고 두엄자리에 얹어 둔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4.03.14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