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술 한 잔 하고 돼지고기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지. 늦은 밤인데 웬 사내가 나타나 고기를 내놓으라는 거야. 안 된다니까 그럼 씨름해서 이긴 사람이 갖자는 거야. 그래서 밤새 씨름을 해 그놈을 쓰러뜨리고 나무에 묶어뒀지. 다음날 가보니 나무에 피 묻은 빗자루가 묶여 있더라고."밤에 도깨비를 만나 씨름한 이야기는 전국 어디서나 채집되고 있다. 씨름에 이기고 나무에 묶는 것도 일반적이고, 아침에 가보니 피 묻은 빗자루였다는 것도 공통된 경험담이다. 또 하나 도깨비하고 씨름할 때 왼쪽다리를 걸어 넘겨야 이긴다는 것이다. 왼쪽다
1877년 출간한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가 쓴 '목로주점'은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번창하는 파리의 반대쪽에 공존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주인공 제르베즈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 먹을 것과 살 장소, 적당한 일, 그리고 결혼해서 맞지 않고 사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고, 누워 잘 깨끗한 방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렵고,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맞고 사는 것이 일상인 시대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아프리카에서는 결혼식 때 신랑신부가 빗자루를 뛰어 넘는 풍습이 있다. 과거 식민지 때 노예로 팔려가 결혼을 금지 당하고 오로지 빗자루를 들고 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이제 빗자루를 넘어선다는 상징인데 슬픈 조상의 애환이 깃든 전통문화다.스코틀랜드에는 결혼식 전날 'the blackening(검게 칠하기)'이라는 풍습이 있다. 친구와 가족이 신랑신부에게 지저분한 음식물과 밀가루 같은 것을 몸에 덮어씌우고 트럭에 태워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이는 악령을 막기 위한 액땜행사라고 한다.우리나라에서는 마을사람
사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무대중 하나는 주막이다. 주막은 술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며, 거래가 이뤄지고, 편지를 주고 받고, 더러는 물물교환에 환전까지 이뤄지는 곳이다. 때로는 고향소식도 들을 수 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사람은 일부러라도 주막에 들어가 먹고 자면서 한양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암행어사가 비렁뱅이 꼴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주막이었다.주막에는 간판이 없지만 여염집과 구별됐다. 대개 출입구에 '주(酒)'자를 쓴 등을 달아 놓았다. 손님들이 잘 보이는 좌판에는 소머리나 돼지머리 삶은 것을 늘어놓아
김치란 배추·무·파·오이 등의 주재료를 절인 후 고춧가루·마늘·파·젓갈 등을 버무려서 발효시켜 만든 식품이다. 종류는 재료에 따라 배추김치·갓김치·고들빼기김치·부추김치 등이 있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게국지·겉절이·섞박지·장김치 등이 있다. 재료와 양념에 따라 전국적으로 약 250가지의 김치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모두 김치로 담가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김치사랑이 각별하다.게국지는 충남 바닷가 지역에서 게장을 먹고 남은 국물에 담근 김치라 '게국지'라했고, 장김치는 소금과 젓갈 대신 간장에 절인 야채와 간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은 우리나라 명승2호로 지정된 절경이다.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 내린 형상이라 갈도(葛島:칡섬)라 불렀는데 지금은 '바다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더 알려져 있다.섬에는 천년 묵은 더덕이 있었다. 이 더덕은 어떨 때는 동자로, 어떨 때는 처녀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주로 상주로 변장하여 삿갓을 쓰고 삼베옷에 행건을 치고 거제읍내장에 와서 장을 봐 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람들은 이 천년 묵은 더덕을 잡기만 하면 불치의 병을 고치거나 비싼 값을 받아 팔자 고친다는 생각에 혹시 상주 복장으로 장에 나
'두 얼굴의 사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와 같이 '사나이'는 단순히 '남자'라기 보다는 '젊고 씩씩하고 강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풍긴다. 유의어에는 대장부(大丈夫)가 있고, 요즘 시쳇말로는 상남자라고 할 수 있다. 상남자는 '남자중의 남자'를 일컫는다. 접두사 '상-'은 으뜸을 나타낸다. 거지 중의 거지는 상거지요, 허벌나게 좋은 팔자는 상팔자요, 장군의 우두머리는 상장군이다. 이 말에는 짐승남의 의미인 마초도 풍긴다. 마초(macho)는 스페인어로 건강미가 넘치면서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을 가리킨다.요즘은 사나이라는 말이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에 귀의(歸依)합니다'라는 뜻이다. 이 염불을 외우면 죽어 염라대왕의 지배를 받지 않고 지장보살의 인도를 받아 극락왕생하게 되기 때문에 영가(靈駕)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열심히 외우게 된다.아미타불은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생들이 윤회에서 벗어날 때까지 열반에 드시지 않고 극락정토에서 머물며 누구든지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구제해 주는 자비로운 부처님이시다. 대승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부처 가운데 한 분으로 정토신앙의 토대가 된다.사찰건물 중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이 극락전이다. 극락을 상징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길을 가면 가슴이 섬뜩해지고, 좋지 못한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그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설레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가슴이 떨린다. 공통점은 '가슴'이다. 가슴은 신체의 어깨로부터 시작해 명치에 이르는 부분으로 어디를 콕 찍은 위치가 아니라 어떤 범위에 속한다. 이럴 때 가슴은 정확히 심장을 가리킨다.동양사상에서는 심장을 생명의 근원이며 몸의 주인으로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한다. 우리 몸의 왕이라는 것이다. 심장이 박동하면서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고, 일어난 마음이 몸의
일년중 양기가 가장 강한 음력 5월5일 단오가 되면 해인사에서는 '소금단지 묻기'행사를 한다. 해인사와 마주하고 있는 매화산의 남산제일봉 정상에 한지로 감싼 소금단지를 비장(秘藏)하는 의식이다. 해인사에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 까닭은 가람과 마주하고 있는 남산제일봉이 마치 불꽃 형상의 화산(火山)이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해인사는 1695년부터 1871년까지 7차례에 걸쳐 큰 화재가 발생했다.노고단으로 가는 길목에 천은사라는 사찰이 있다. 본래 이름은 감로사(甘露寺)였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숙종 때 중건하면서 샘가에 살고
그리스신화에 나르키소스라는 잘 생긴 청년이 있었다. 나르키소스의 사냥모습을 본 숲속의 림프 에코(Echo)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에코는 헤라의 저주에 걸려 말을 할 수 없었다. 언젠가 헤라 앞에서 수다를 떠는 동안 제우스신이 바람을 피우는 일이 생겼다. 헤라는 이 일이 에코의 수다 탓이라고 여기고 내린 벌이었다.에코는 사랑의 고백으로 나르키소스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단박에 거절하며 물리쳤다. 수치심으로 에코는 동굴에 들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굶어 죽었고, 아름다운 목소리만 메아리(에코)로 남게 됐다.
불과 4~50년 전만 하더라도 '웃방아기'라 불리던 할머니가 있었다. 늙어서도 '아기'라고 불리는 할머니다. 돈 많은 부자가 회춘하겠다고 어린 처자를 소실로 앉힌 경우다. 부인은 안방을 차지하고 소실이 된 처자는 별채나 한쪽방에 거주한다해서 영원한 웃방아기가 된다.명나라 때의 약학서 '본초강목'에 소녀의 배꼽 주변에 기(氣)가 모여 있어 거기에 살갗을 대고 비비면 남자는 그 정기로 양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식들이 노부모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효도는 웃방아기를 들이는 일인데 광복 전까지도 남아 있던 풍습이었다.젊어지겠다는
남부지방에서는 '계집아이'를 '가시내·가스나·가시나'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거의 전국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정확한 쓰임은 시집가기 전의 여자아이를 뜻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머스마=남자애/가스나=여자애'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된다. 북쪽지방에서는 '간나'라 부른다. 이때 '종간나새끼'는 '종년의 새끼'라는 말로 심한 욕이 된다.물론 '가시나'라는 말은 친근한 상대일 때 주로 사용하고, 모르는 사람이나 존댓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머스마에 새끼가 붙어 '머스마새끼'는 욕이 되듯이, 가시나도 '이 눔의 가시나가/야이
하수오는 하수오에 입혀진 스토리텔링 때문에 더 유명해진 약초다.옛날 중국 남쪽지방에 하(何)씨가 살았다. 몸이 허약해 60이 다됐는데도 장가를 가지 못했다. 어느 날 산에서 이상하게 생긴 넝쿨식물을 보았다. 두 그루가 서로 엉킨 것이 마치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뿌리를 캐온 그날 밤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그 뿌리는 신선이 준 선약(仙藥)이니 정성껏 먹으라고 말했다.하씨는 밤새 세 번이나 같은 꿈을 꾸고 난 다음날 그 뿌리를 가루로 내어 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허약했던 몸이 단단해지면서 머리가 검어지고 젊은이처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잠꾸러기-세수한다-멋쟁이-밥 먹는다-무슨 반찬-개구리반찬-죽었니? 살았니?' 이때 술래가 "죽었다"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살았다"하면 잡히지 않게 도망치는 놀이였다. 어릴 적에 여우는 우리의 친구였다.여우가 무섭다고 하지만 다른 야생동물에 비해 우리 생활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어느 지방이든 여우가 들어가는 지명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여우와 관련된 속담이나 민담도 많다.'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났다' '곰하고는 못 살아도 여우하고는 산다' '금정 놓아두니 여우가 지나간다' 금정(金井
영남권에서는 여우를 여시 또는 야시라 부른다. 천 년 묵은 여우는 매구다. 설화나 민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여우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특히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어 매혹적인 미인으로 둔갑해 사람을 홀려서 잡아먹는 요물이다.주로 여자가 깜찍하고 영악하게 행동하거나 내면을 숨기고 겉으로 딴청을 부리며 애교를 떠는 것을 비유적으로 여우짓이라 한다. 그밖에 우아하고 섹시한 여성을 가리키거나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은유하기도 한다. 보통 여우는 여성, 늑대는 남성을 비유한다. 여우의 이미지는 교활함과 간사함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키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키 크고 싱겁지 않는 사람 없다고 했다. 황해도 봉산(鳳山)에서 나는 수숫대는 유달리 키가 큰 탓에 멀쑥하게 말라 키만 큰 사람을 일컬어 '봉산 수숫대 같다'고 한다.춘향전에 변사또가 부임하여 기생점고를 하는데 그 중 낙춘이라는 기생을 묘사하기를 '키는 사근내 장승만한 년이…'라 했다. 사근내(沙斤乃)는 광주와 과천 사이의 지명으로 거기 장승은 키 크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키 큰 사람을 '봉산수숫대'나 '사근내 장승'이라 한다.나폴레옹은 작은 키로 알려졌다. "내가 땅에서 재면
초등학교 방학숙제에 생활계획표 작성이 있었다. 평소에는 8시가 돼도 어머니가 깨우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던 아이가 계획표 상에는 6시 기상, 아침운동 30분, 아침공부 90분, 8시 아침밥 먹기, 낮 12시까지 방학숙제하기 등 하루가 온통 공부, 공부, 공부다. 그런데 한 사흘 정도는 계획표에 맞춰 하려고 노력하지만 며칠을 가지 못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규율을 만든 탓이다.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닥터로우(E.L Doctorow)는 '느리고 깊은 글쓰기'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
달에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설화에 공통적으로 설정돼 있다. 중국에서는 약초를 찧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떡방아를 찧는다. 한국과 중국은 계수나무가 등장하지만 일본 설화에는 없다. 대단히 동화적이고 낭만적인 상상이다. 그러나 이런 환상은 1969년 7월16일 아폴로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깨졌다.달에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어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선약을 만든다는 설정은 달의 표면에 '달의 바다'라고 부르는 크레이터 때문이다. 크레이터는 원형의 구멍과 둘레의 높은 벽으로 되어 있어, 그 형태가
'카페라떼'는 이탈리아어로 '카페'는 커피, '라테'는 우유를 말한다. 따라서 카페 라떼는 '우유 커피'를 말한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커피로, 커피표면에 우유로 그림을 그리는 라떼 아트가 가능하여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메뉴이다.한때 '물을 영어로 무어라 하지?'하고 물으면 '셀프'가 정답이었다. 식당마다 '물은 셀프입니다'라고 써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2020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한 신조어 중의 하나는 'Latte is horse(라떼는 말(馬)이야)'였다. 그러나 이 말은 '나 때는 말이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