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혼기를 놓친 딸을 두고 글자깨나 읽은 유식한 부모는 '과년한 딸자식'이라고 말한다. 국어사전에 '과년하다'를 '여자 나이가 혼인할 시기를 지나다'라고 풀이한다. 그 말은 '여자는 혼인하기에 적절한 나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결혼도 선택이라는 시대에 바람직한 표현이 못 되는 것 같다.과년(過年)과 다르게 과년(瓜年)이 있다. 나이의 이칭(異稱)으로 전통적으로 일반 여염집에서 쓰이던 말이다. 과(瓜)는 '오이'를 뜻한다. 나이에 있어 과년(瓜年)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첫째, 과(瓜)자를 파자하면 팔(八
"나는 정의의 기사다."서구문학에서 가장 널리 읽힌 고전작품 중 하나인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에 나오는 말이다. 기사 이야기를 읽고 환상에 빠진 돈키호테는 기사가 되어 악당들과 싸우겠다고 결심한다. 종자 산초와 늙어빠진 말 로시난테를 타고 여행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그 무더운 7월 한여름에 철갑옷을 입고 어느 주막집에 도착해 소란만 일으키자 주인은 빨리 쫓아낼 생각으로 그가 원하는 기사 임명식을 하게 된다. 그의 이상한 행동은 그렇게 시작된다.기사(騎士·knight)라고 하면 여성
1614년 이수광이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 문화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峯類說)'에 고추를 일본에서 전래한 왜겨자(倭芥子)라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감기가 들면 술에 고춧가루를 타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17세기에는 고추가 이미 우리생활에 널리 쓰인 것 같다.고추는 약 9000년 전부터 멕시코 원주민들이 먹었던 식물이었다. 이후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다. 일본은 1542년 포르투갈 사람에 의해 전해졌고,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때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민간요법으로 감기에는 '소주+고춧가루'라는 이야
솥은 날 것을 익히는 주방용구로 밥을 짓거나 국 또는 물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 쌀을 비롯한 식재료가 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딱딱하던 것이 부드러워지고 먹기 힘들었던 것이 먹을 수 있도록 변화되는 것을 보고 부정한 관리를 가마솥에 삶아 세탁시키는 처벌의 형구가 되기도 했다. 이를 우리 말로는 '솥찜질'이라 하고, 한자어로는'팽형(烹刑)' 또는 '자형(烹刑)'이다.조선 성종 때 노사신이 쓴 '동국여지승람'에 '관원으로서 직책을 더럽힌 독직(瀆職)한 자를 이 다리 위에서 삶았다'고 했는데 이 다리는 지금의 보신각 옆 서울 광화문우체국
재래식 부엌의 기능은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면서 난방을 하는 곳이다. 부엌에서 가장 신성한 곳은 조왕신을 모신 부뚜막이다. 아궁이에 불을 넣으면서 시집식구 헐뜯는 말을 하면 안되고, 부뚜막에 발을 올리거나 걸터앉아서도 안되고, 아궁이 수리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부뚜막의 깨끗함을 보고 그 집 주부의 살림솜씨를 알아봤다.부뚜막에는 큰솥·중솥·옹솥을 죽 걸어놓았다. 큰솥은 가마솥으로 무쇠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쇠솥' 또는 '조왕솥'이라 한다. 솥의 크기와 숫자가 부의 상징이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열을 가하는 시설을 '가마'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새는 비둘기다. '평화'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 때 공원은 비둘기 천국이었고,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한 대통령 취임식 같은 국가행사에 수천마리의 비둘기떼를 날려 보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문제는 비둘기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부터 생활에 피해를 주자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 먹이를 주는 행위가 금지되고 포획도 가능해졌다.지금 우리 사회는 대개 1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길고양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공생해야 하는 생명이라는 주장과 아니다 이미 골칫거리의 수준을 넘어섰고 더구나 고양
나락이 익어가는 가을이면 모두가 바쁘다. 학교 마치고 온 초등학생까지도 책 보따리를 내려놓자마자 논으로 달려 나간다. 가을은 참새와의 전쟁이다. 빈 깡통을 새끼줄에 매달고 새가 오면 흔들어도 그때뿐이고,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색깔 있는 셀로판지를 붙인 큰 새 모형도 무용지물이다. 딱총을 쏘아도 잠깐 겁먹은 듯해도 이내 또 몰려온다.눈치 빠른 참새들은 허수아비 정도야 별로 겁내지도 않는 마당에 할아버지가 소맷자락 펄럭이며 훠이훠이! 헛팔매질하는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가을 참새들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애가 터지게 지은 곡식
201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도서출판 자작나무숲에서 총3권으로 된 회고록을 출간했다. 법원은 이중 51곳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판매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출판사에서는 지적받은 부분을 검게 칠해놓고 법원명령이라고 써놓은 책을 내놓았다. 그게 오히려 독자의 구매력을 자극해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심지어 친필사인이 있는 책은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를 강화하면 일반아파트값이 올라 서민들의 집사기가 더 어려워지고, 변태퇴폐업소를 단속하면 사창가는 줄어드는 대신 은밀하게 주택가나 오피스텔로 파고든다. 19
기원전 11세기경 중국 상(商)나라의 마지막 군주였던 주왕(紂王)은 달기(妲己)라는 여인을 총애했다. 중국 역사상 희대의 악녀중 한 사람이지만 '매혹적인 여성'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이를 한자권에서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하고, 유럽권에서는 아름다운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여인이란 뜻의 '팜므파탈'이라 한다.고서에서는 달기의 미모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구름처럼 검게 늘어진 머리카락, 살구 같은 얼굴, 복숭아 같은 뺨, 봄 산처럼 옅고 가는 눈썹, 가을 파도처럼 둥근 눈동자, 풍만한 가슴, 가냘픈 허리,
어느 마을에 예쁜 마누라를 둔 호방(戶房)이 있었다. 고을 원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났다. 어느 날 호방이 이웃사람과 다툴 때, 이웃사람이 말하기를 "네가 하는 짓이 이러니 마누라까지 원님한테 뺏기지"하자 호방이 "우리 마누라가 예쁘니까 그렇지 네 마누라처럼 못 생겨봐라 어림도 없다."고 하니 온 동네사람들이 웃었다. 이를 두고 호방과처(戶房誇妻)라 한다. '호방이 마누라 자랑한다'라는 뜻이다. '고금소총(古今笑叢)'에 나오는 이야기다.제나라 때 자기 자랑이 심한 사람이 있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기만 하면 오늘은
예전에 있었던 유머다. "국수와 국시의 차이는?"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국수는 한자어로 면(麵)인데 본래의 뜻은 '밀가루'지만, 밀가루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국수이기 때문에 '국수'라는 뜻도 함께 가진다.국수문화는 한국 중국·일본 모두 발달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다. 중국과 일본은 면이 거의 주식 수준이기 때문에 젓가락문화 중심이라면, 우리나라는 밥과 국 중심의 음식문화이기 때문에 숟가락문화 중심이다. 특히 중국은 면요리의 본고장답게 평생을 배워도 다 못배우는 것이
남자가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아마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나올만하다. 그러나 본디 하이힐의 용도는 중세 기사들이 말안장과 연결된 등자에 발을 고정시키기 위한 남성용 신발이었는데 여성용 패션으로 바뀐 것이다.이처럼 현대 여성의 패션용품 중에는 본래 남성용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다. 미니스커트 역시 고대 로마 시절의 남성복이었다. 배와 허리를 조여 주어 몸매의 균형을 잡아 주는 여성용 속옷인 코르셋도 기사들의 흉갑에서 비롯됐다.스타킹도 그렇다. 프랑스 국왕 루이14세가 스타킹을 신고 있는 그림에서 보듯 남성용이었다. 그 당시에
어느 날 어머니는 뜬금없이 막내딸에게 밍크코트를 사달라고 한다. 사치와는 거리가 먼 엄마였는데 뜻밖의 말에 딸은 흔쾌히 사드린다. 나중에 가격을 알게 된 엄마는 무르라고 하지만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그 옷을 입을 자격이 있어요"라고.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중에 나오는 이야기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엄마들도 회갑 때 막내딸이 사다 준 밍크코트는 입는 용도가 아니라 자식들 잘 키워낸 상징으로 여겼다.모피의 기원은 옷을 입기 시작한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짐승을 잡으면 살은 먹거리가 되고 가죽은 옷이 됐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혼인문화는 남자가 장인과 장모의 집에 간다고 해서 '장가(丈家)간다'이다. 이른바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다. 여자는 결혼해도 자기 집에서 살았다. 이보다 더 오랜 전통은 고구려의 '데릴사위제'이다. 한자로는 서옥제(壻屋制)라 했다. 사위가 오랫동안 처가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종의 봉사혼(奉仕婚)으로 '머슴애'란 말이 여기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다'이라는 말도 여기서 출발한다.1935년 잡지'조광(朝光)'에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은 이런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는 봉
어떤 나라에 외눈박이 왕이 있었다. 왕은 나라에서 가장 실력 있는 화가를 불러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초상화를 본 왕은 크게 화를 내며 화가를 사형에 처했다. 외눈박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화가는 두려움에 떨며 왕의 없는 한 쪽 눈까지 그려 넣었다. 그도 목숨을 잃었다. 세 번째 화가는 눈이 있는 왕의 옆모습을 그렸다. 사실적이면서도 보기 흉한 다른 쪽을 가리는 기지를 발휘한 탓에 큰 상을 받았다.인물의 옆모습(側面)이라는 뜻을 가진 프로필은 개인의 신상명세나 경력 또는 약력 등의 인물소개를 말한다. 건축의 측면도도 프로필이라 한
자기가 태어난 년·월·일·시를 간지로 나타낸 것이 사주(四柱)고, 이 간지를 간(干)과 지(支)로 나눈 여덟 글자가 팔자(八字)이다. '팔자는 독에 들어가서도 못 피한다'고 했듯이 사주팔자는 바꿀 수 없는 운명으로 여겼다.중국과 조선을 통틀어서 팔자 좋은 사람의 대명사는 '곽분양(郭汾陽)'이다. 그래서 '곽분양팔자'라는 관용어가 생겼다. 중국 당나라 때의 장수로 본명은 곽자의(郭子儀)지만 분양의 군왕으로 봉해져 곽분양으로 부른다. 권력의 부침이 심했던 때에도 팽(烹)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시로는 드물게 85살까지 살았고,
작년 3월, 인천의 모 주점에서 싸움이 났는데 20대의 한 여인이 휘두른 하이힐 굽에 맞아 실명한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하이힐을 위험한 흉기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월에 처했다.하이힐은 굽이 높은 구두의 총칭이다. 대표적인 것이 섹시함과 우아함의 상징인 '스틸레토 힐(Stiletto heel)'이다. 대개 6~9㎝이지만 높은 것은 12㎝ 넘는 것도 있다. 스틸레토는 찌르기용으로 쓰이는 가늘고 긴 단검을 말한다. 힐굽에 실리는 힘의 압력은 코끼리가 밟는 것보다 크다고 한다. 여자의 호신술 중 하이힐을 신었을 경우 치한의 발을 뒤축으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우리 삶의 잠언과도 같다. 농부 바흠은 넓은 땅을 거저나 다름없이 판다는 유목민을 찾아간다. 거래조건은 간단했다. 해가 뜨면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에 시작지점으로 돌아오면 그 안의 땅을 모두 주겠다는 것이었다. 농부는 더 많은 토지를 차지하려고 얼마나 열심히 뛰고 걸었든지 해가 지기 전에 겨우 도착은 했지만, 피를 토하고 즉사한다. 소설은 '농부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그가 묻힌 3아르신(2m) 크기 만큼이었다'는 해설과 함께 끝난다.사람의 욕심은
70살 넘은 아버지가 노인정에 가지 않자 아들이 왜 노인정에 가시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대답이 "형님들이 심부름을 시켜서" 였다.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다가 자는 듯이 편안하게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수를 누린다는 것은 도대체 얼마를 말하는 것일까? 천수(天壽)는 하늘이 준 타고난 수명을 말한다. 그런데 타고난 수명이란 사람마다 같을 수가 없으니 너무 관념적인 정의다.시인 김소월은 32살, 윤동주는 27살, 이상은 26살에 요절했다. 그렇다면 그들도 타고난 운명이라 치고 천수를 누린 것인가? 천하
참외가 맛있는 계절이다. 마트나 과일, 길가 트럭에서도 온통 '성주참외'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북 성주에서 전국 참외의 70% 이상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참외는 성질이 찬 음식이라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노지에서 키운 참외는 7∼8월에 출하되지만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에서는 일년 내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참외가 과일인가 채소인가 하는 부질없는 논쟁으로 헷갈릴 때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채소로 분류된다. 정확히는 열매를 먹는 채소인 과채류(果菜類)이다.참외의 이미지는 노란색이다. 그러나 토종참외는 초록색이다. '먹참외'는 골무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