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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등지느러미� ≥뎨袖� 매달며 바람의 언어로 맑은 풍경 소리를 우려낸다 삶의 좌표를 점령한 허공 파리한 죽림사*풍경 소리 번뇌를 나지막이 해탈시킨다 간밤 슬픈 울대를 가진 소쩍새가 울다 지친 회나무 가지에 속절없이 노숙한 풍경 소리 여전히 청아하다 처마 끝 어디에 맴돌고 있는 끈끈한 인연의 고리 마냥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옭아매고 물고기의 부레 속을 빠
詩가 있는 풍경
거제신문
2015.07.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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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고속 열차 떠나간 자리구포역에 남겨진 사람들추월 후에 오는 다음 열차 기다린다우리는 대구행 무궁화호비둘기가 무궁화로 핀기막힌 생의 감동으로실감 나게 스스로에게 치는 박수좁은 칸칸 들어찬 동시대의 삶들원동,삼랑진 지나갈 때 삶의 노래 퍼지고굽이굽이 쉬어 가는 완행의 길생의 여유려니 감사하며식은 도시락을 까먹는 사이커다란 굉음의 서울행 고속 열차쏜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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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6.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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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뻐꾹 다리 절며유월은 재를 넘고철쭉꽃 자락자락강물 위에 비치는데또 한철 무명 설움이물소리로 감긴다 아픈 허리 통증이야뜸질로 다스리지만시간에 녹이 슬어딱정이 굳은 자국 여태껏 오고 못 간 길풀빛만이 더 짙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9호(2015, 여름호)에 실린 2연 구조의 연시조이다. 매년 유월은 온다. 시적 화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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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6.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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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골 텃밭에서 택배로 온 푸대자루 틈을 뚫고 나온 무 꽃대 그녀는 한때 아름다운 꽃이었다 십리마을 매화꽃이었다� “풍� 산비탈에 흩뿌린 배꽃이었다� ″8灼玖�, 따라다녔지만 정작 그녀가 꽃이 된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스스로 꽃으로 된 허물 벗어 단단한 푸대 속에 묻어 놓고 왔다 꽃은 그렇게 그녀 곁에서 멀어져 간 줄 알았는데 흙 묻은 몸 꽃대 하나 저리도 숭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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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6.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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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별도 없이 담장 화사하다 빗장 열지 않아도 들어온 바람 그리움은 이미 내 것이 아니네 후두둑 싸늘한 낙화 봄도 어느새 봄이 아니네 모두가 꿈이었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9호(2015·여름호)에 실린 시이다. 이 시는 물아일체의 이미지이다. 봄이 아무도 모르게 시나브로 다가오지만, 금방 떠나버리는 자연현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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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6.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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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뿌리가 하늘에 있고 나무는 뿌리가 땅에 있네 비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고 빨리 나무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네 천천히 비는 나무를 온몸으로 휘감고 나무는 비를 온몸으로 껴안네 하늘이 비를 타고 땅으로 내려오고 빨리 땅이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네 천천히 뿌리가 뿌리를 만나 번개가 되고 뿌리가 뿌리를 만나 우레가 되네 보이지 않는 번개 들리지 않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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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5.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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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를 팔고 난 후 수리된 새 집이네 대문 앞 흙바람에 두 아름 포구나무 나무는 수리할 수 없었는지 그대로여서 반갑네 시장한 새라면 무인지경 불러와서 숱한 열매 젖꼭지 달콤하게 먹인다 참새들 낭독하는 그 집 내력 나이테는 저장하고 돌아와 다시 읽는 나무속의 지형도 백년의 가쁜 숨으로 따라온 나무� 「뗍嗤� 장을 덮을 때 흰 그늘이 유독 깊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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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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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란한여름날� ≠喪동〕薦繭笑쩐瑛뵌?構瀆抉怒?� 푸른하늘은솜털구름과뜨겁게입맞추고 시원한바람은허공에수정처럼투명한현을튕긴다. 눈부신햇살을가슴에껴안은찬란한대지에는 보석처럼화려한원색의향연 폭포수쏟아지는깊은계곡엔 가슴을풀어헤친여인들의유영 천진난만한아이들은 비눗방울처럼영롱한웃음을허공으로터뜨리고 한바탕소나기가지나간맑은하늘엔 오색무지개가풍선처럼매달렸다 이찬란한여름날에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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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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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의 심산유곡 바람 따라 입산하여 모서리 쌓여 있는 티끌 조각 털어 내고 가야산 깊은 겨울밤 불 밝히는 석등 되다 가야산 발치 아� ”섭� 돌던 돌덩어리 부덕한 가피 벗어 풍경 소리 풀어놓고 해인사 대웅전 아� 『� 꿈꾸는 석등 되다 ·시 읽기: 이 시는 두 연(수)으로 구성된 연시조이다.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2015, 봄호)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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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5.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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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꼬부랑길 걸어온 길 돌아보니 스물아홉 서른아홉 마흔아홉 그리고 쉰아홉의 고개고개 고갯길 넘기 힘든 아홉 고개 그중에 힘든 고개는 쉰아홉 고갯마루 육신이 마르고 심지가 약하여 이는 바람에 맞서기도 힘겨운 마루마루 고갯마루여 ·시 읽기: 시인의 제3시집 '버팀목'(2015)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최근 암 투병 생활을 했다. 삶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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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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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마음속에서 모두 평행이다 나무들마저 비켜선 좁은 언덕을 바람이 먼저 지난다 걸어도 걸어도 살아 움직이는 잎새 발목을 잡고 안간힘을 쓰다 문득, 건네받은 바람의 꼬리표, 툭, 산그늘로 내려앉는 훔쳐보던 나뭇잎이 파르르 입술을 떨고 활시위처럼 팽팽해진 나는 하산을 서두른다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 통권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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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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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 아침이 먼저인지 저녁이 먼저인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그 존재는 에메랄드처럼 빛난다 태초에 숲이 있고, 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알파와 오메가요 신화의 모태이며, 전설의 요람이다 숲은 제사처럼 경건하다 숲은 펄펄 끓는 청춘의 짙푸른 희망 셰에라자드의 천일야화처럼 끝없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숲은 잠들지 못하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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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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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 열면 거기 어머님이 계시다 바다처럼 어제는 새참 함지 머리에 인 찬찬한 뒷모습이더니 오늘은 하얀 무명수건 머리에 쓰고 체질하신다 뒤뚱거리며 늦게까지 속 썩히던 이 자식은 아직도 철부지 벗지 못하고 '회蛔' 끓어 토라지는 아랫배 쓰다듬어 내리시던 엄마표 약손이 그립습니다. ·시 읽기: 시집 '중얼거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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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3.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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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졸린다 여행할까 꿈속으로 무엇을 보지 볼 것이 있나 아니야 아니야, 아주 많을 거야, 세상을 향해서, 마음 열어보자, 아름다운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연습 하는 거야. ·시 읽기: 시집 '눈부신 당신'(2014)에 실린 시이다. 시적 화자는 사람의 신체 리듬 중에 보잘것없고 하찮게 여길 법한 '졸음'에 인생의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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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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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통에 쭐쭐해진 미역 몇 가닥을 날 좋은 날 빨랫줄에 널어놨더니 이놈들 봐라? 온 집안 가득 바다 행세를 하네! ·시 읽기: 1995년 시집『춘향이가 늙어서 월매가 되느니』(표현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시이다. 제목에서 주제와 소재를 직감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는 미역뿐만 아니라 온갖 것들이 습기를 머금어 우글쭈글해진다. 미역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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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3.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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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연초록 번져 나고 벚꽃 몽실몽실 봄기운 다투어도 고요하다 아름답다 촉촉이 내린다 ·시 읽기: 현종식 시인의 제3시집 『산 절로 물 절로』(2015)에 실린 시이다. 짧은 시이지만, 아이러니 기법을 통해 봄비의 속성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공간적 측면에서 보면 화자는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창이라는 안과 밖의 경계인 창문 너머에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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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3.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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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흙 그 탄생의 비밀누구인가 제 몸 태워 푸르게 하늘을 오른다 몇 날 밤 산고를 치른 하얀 속살 가만히 귀를 대면 태동 잡힐 듯 순결한 심장 소리 그 평화의 빛과 소리 동그랗게 말아 순백으로 현신하신 성모 마리아 ·시 읽기: 이 시는 현종길 시인의 처녀시집 『한 알의 포도가 풀무를 돌린다』(2014)에 실린 시이다. 시인은 백자를 성모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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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2.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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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공무도하가- 이영춘/ 월간문학 등단(1976)·시집 '시시포스의 돌'·윤동주문학상 수상 한 쪽 문이 열렸을 때 그는 달그림자로 사라졌다 또 한 쪽 가슴이 열렸을 때 그는 분화구로 사라졌다하늘 저 쪽 혹은 강 저 쪽의 한 귀가 열렸을 때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강은 팽팽했다 강가에서 디오니소스의 침묵으로 한 사람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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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2.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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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두고 온 만연萬緣이피멍으로 가라앉은 화덕에한 아름마른 솔가리를 지폈다태양도 목말라 돌아누운 대낮진흙 밟고 승천하는욕진의 번뇌네 아픔은곧 내 아픔이려니인과의 탁한 물속에서혼절하는 꽃이여 ·시 읽기: 시인의 처녀 시집 '내부로 흔들리는 꽃'(1979)에 실린 시이다. 연꽃은 "태양도 목말라 돌아누운" 한여름 푹푹 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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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2.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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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갓난이나라가 있고 하느님 있었어? 세상이옳음의 편 가르기에 망했지. ·시 읽기: 《문장21》 19호(2012)에 실린 시이다. 시적 화자는 인간이 옳고 그름에 따라 '편 가르기'를 일삼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 말한다. 그 '편 가르기' 때문에 세상이 망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애초 인간은 이 세상에 올 때 갓난아이로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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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5.01.29 09:54